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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 이슈

[심야괴담 어둑시니 pick]  언니.. 저 좀 도와주세요

by 파베누 2022.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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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 친구가 살고 있던

대구 달서구 신당동은 

그 당시에 사건, 사고가 많던 동네였어.

특히 대학교 근처라 유흥시설이 많아서

취객들이 늦게까지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지.

때문에 나는 늦은 시간에는 항상 여자 친구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곤 했어.

 

여친이 살던 아파트는 외진 길을 지나야 

나오는 곳이었는데, 

주차된 차들이 쭉 늘어져 있어서 가끔은

주차된 차 사이로 누군가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도 들기도 할만큼 꺼려지는 곳이었어.

 

2008년 , 늦은 여름밤 11시.

그날도 평소처럼 여친을 데려다주는데

여친이 가던 길을 멈추고 두리번거리더라고.

왜 그러냐는 내 물음에 여친이 대답하길.  

"이 소리 안 들려?" 

 

하지만 나에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뭔 소린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빨리 이 길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지.

여친을 재촉해서 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내 귀에도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라.

여자가 흐느끼는 소리였는데, 그 소리는

화단 안 작은 나무 사이에서 들려오고 있었어.

그리고 뭔가 둥근 모양의 검은 형체가 있었어.

솔직히 그 늦은 밤에,

안 그래도 으스스한 길이고 무섭잖아.

우리는 그 검은 형체를 주시하면서

좀 멀리 떨어져서 걷기 시작했어.

자세히 보니까,

어떤 여자가 쭈그려 앉아있는 거야.

다리를 팔로 안은 상태로 웅크리고는 울고 있었어.

여친은 도와줘야 할 것 같다며 그 여자에게 가려고 했어.

난 여친을 잡으며 말했지

"굳이 우리가 도와줄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나는 좀 기분이.. 뭐랄까.. 얽히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주변엔 도움 줄 사람이 전혀 없었고,

할 수 없이 여친과 함께 다가갔지.

그리고 우리는 괜찮냐고, 여기 있음 위험하다.

뭐 이런 말을 했어.

그 여자는 한참을 대답이 없었어.

오히려 약간의 정적.. 이 있었지.

그 여자가 고개를 천천히 들더니

 

"저 좀 도와주세요.."

 

그 여자는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말을 했는데, 사연은 이랬어.

 

이 여자는 인천에 살고 있는데, 

남친과 크게 싸우고 나서 혹시 헤어질까 봐

무작정 남친이 살고 있는 대구에 왔다는 거야.

그런데 남친은 연락이 안 되고, 갈 데도 없어서

그냥 이러고 있다고.

진짜 남친이랑 헤어질 거 같은데 어쩌냐면서

남친한테 전화 한번 걸어달라고 부탁하더라.

그 말을 듣고 여친은 바로 핸드폰을 꺼냈어.

그 여자한테 남친 번호 찍으라고 해서는 

여친 폰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도무지 받질 않아.

나는 우선 여기서 벗어나자고 제안했어.

밤도 늦었고, 찜질방이라도 가야 하지 않을까 해서.

한참을 달래 가며 이야기했는데도

그냥 계속 울기만 하고 다 싫다는 거야.

도와달라면서 도움을 받지 않는 이 상황에

나는 조금씩 그 여자가 의심스럽기 시작했어.

 

그런데 그 여자가 여친한테

같이 얘기를 하자면서 잡아당기는 거야.

나는 놀라서 바로 여친을 잡았지.

그리고 그 여자한테 소리를 좀 높였어.

지금 뭐하시는 거냐고. 

그랬더니 그냥 고개를 푹 숙이더라.

여친은 또 나한테 하지 말라면서 

그 여자한테 괜찮다고 하면서 달래주고.

그러더니 그 여자가

"언니,, 언니 남자친구 무서워요..

저랑 둘이서만 얘기하면 안 돼요?"

 

와... 이거 뭐야 싶었는데,

여친은 한 술 더 떠서

나보고 먼저 가라는 거야.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그 자리를 조금 벗어났어.

떨어진 곳으로 가서 이야기를 좀 했지.

 

"좀 이상하지 않아?

남친이랑 연락도 안된다는데, 

경찰서도 싫다, 다른 도움도 싫다 하고

그리고 이 시간에 내가 널 두고 어딜 가냐"

 

여친은 바로 집 앞인데 어떠냐면서

어려 보이는데 지금 얼마나 무섭겠냐고 하더라.

그냥 얘기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거 같다고.

 

아니 상식적으로,, 

누가 길에서 이야기 들어줄 사람을 찾겠냐.

집에 빨리 보내는 게 맞다.

난 그런 입장이었어.

 

그래서 난 여자에게 다시 가서 물었어.

"일단 집에 가셔야 할 거 같은데,

인천에서 여기까지는 어떻게 오셨어요?"

"저.. KTX 타고 왔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열차표 알아보고

저희가 표 끊어드릴 테니까 그거 타고 가세요.

늦게까지 운행하는 열차 있을 거예요"

 

그리고는 여친한테 표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지.

그런데 표를 알아보던 여친이 갑자기 나를 불렀어.

"내가 전화해 봤는데.. 

인천에는 KTX 정차역이 없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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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당황해서 동시에 여자를 찾아봤어.

그런데 그 여자가 다시 흐느끼기 시작하더라.

너무 싸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봤어.

근데 낯선 승합차 한대가 보이더라고.

'아까도 있었나? 아깐 없던 거 같은데..'

나는 놀라서 다시 여자를 쳐다봤는데

여자가 막 불안한 듯 눈동자를 굴리고 있더라.

망했다.. 뭐 이런 느낌 있잖아.

나는 여친의 손을 잡고 차를 주시하면서 

뒷걸음질 치려고 하는데 

갑자기 여자가 여친 가방을 잡는 거야.

"언니.. 어디 살아" 이러면서

그리고는 차에서 내린 검은 옷을 입은 남자

2명이 천천히 다가오더라고. 

여자는 가방을 잡고 실랑이를 하고 있고

남자 중 한 명은 손에 뭔가를 들고 있고, 

정말 숨이 턱 막히는 순간이었어. 

그때

뒤쪽으로 늦게 귀가하는 무리가 보이더라.

나는 큰소리로 저기요!! 저기요!! 하면서 불렀지.

순간, 남자들과 여자는 좀 당황한 듯

눈치를 보길래 그 사이에 여친이랑 겁나 달렸어.

집에 바로 가면 뭔가 안될 거 같아서

근처 건물 옆에 숨어 있었는데,

여친 폰으로 전화가 오더라고

아까 여자 부탁으로 전화했었잖아.

여친은 그냥 바로 폰을 꺼버렸고 

한참을 더 숨어 있다가 조금 진정됐을 때 

길을 빙 둘러서 집으로 돌아갔어.

 

그리고 다음날, 여친이 폰을 켰는데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전화 수십 통이 왔었더라.

여친은 바로 번호를 바꿔버렸고,

이후 나는 매일 현관문까지 여친을 데려다줬어. 

이렇게 그날 겪은 사건은 일단락되는 줄 알았지.

하지만 며칠 뒤

여친이 펑펑 울면서 전화를 한 거야.

 

그날은 정말 단 하루. 

내가 매일 데려다주다가, 딱 한번 일이

늦게 끝나서 데려다주지 못한 날이었어.

당시 여친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엘리베이터를 내려서 코너를 돌면 

집들이 늘어서 있는 복도식 아파트였어.

보통 여친은 집에 7시쯤에 도착해.

원래였으면 가족들이 먼저 집에 귀가해서

열쇠가 필요 없었을 텐데, 

그날은 가족들 모두 퇴근이 늦는다고 했지.

여친은 열쇠를 찾느라 엘베 내려서도 계속해서

가방을 뒤적거리고 있었대.

그런데 순간 ,  계단 위쪽에 사람을 봤는데

언뜻 보니 검은 후드를 쓰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더라는 거야.

 

검은 옷....?   검은 옷....?!

며칠 전 승합차 남자들이 생각나더래.

여친은 조여 오는 두려움에

빠른 걸음으로 집까지 걸어가면서 

슬쩍 뒤를 돌아봤는데 

그 남자가 여친을 따라오고 있더라는 거야. 

 

 

 

손에는 둔기가 들려있었고.

놀란 마음에 숨이 멎을 거 같은 상황에

집 앞까지 가서 문을 열려는데

설상가상, 열쇠가 잘 안 맞는 거야. 

여친은 너무 무서워서 문을 막 두르렸어.

진짜 끝이구나 하는

두려움에 다리 힘이 풀리려는데 때

엄마가 문을 열어준 거야.

재빨리 들어가서 문을 잠갔어. 

정말 다행이었던 게

엄마가 원래는 야근이 있는 날이었는데

조퇴를 하셔서 일찍 집에 계셨던 거지.

남자는 현관문을 둔기로 쾅쾅 두드리고는 사라졌어.

이후 경비실과 경찰에 신고했지만, 

그 남자의 행방을 찾을 수는 없었어.

심지어 엘리베이터 CCTV에도 모습이 없었어.

1층을 나가지도 않았어..

그냥 여친 집 현관문만 움푹 파였지.

 

여친가족들은 일주일 뒤에 바로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고, 

2년 뒤에 우린 결혼을 해서

지금은 호주에서 살고 있어.

덕분인지 아직까지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어.

예전 일이지만 아직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다들 조심하자고. 

 

 

 

출처 : 심야괴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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