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가 고등학생 때 겪었던 일이야.
때는 2004년
내 꿈은 뮤지션이었어
고3이 되자마자 안양에 있는
음악 아카데미를 다녔는데
거기서 재형이 형도 만났어
(이제부터는 그냥 형이라고 적을게)
그 해 여름
아카데미 담당 선생님 지도 아래
우리 학생들은 2박3일 MT를 가게 됐어
물놀이하기 좋은 계곡으로 갔는데
젖기 시작하면 꼴이 말이 아니니까
사진 찍기가 좀 그렇잖아
시작 전에 단체사진을 한방 찍기로 했지
사진은 내가 찍어주게 되어서
구도랑 초점 잡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데
우리 인원보다 사람이 많아 보이는 거야
뭐지? 싶어 고개를 들어 봤는데
별다른 이상한 점이 없더라고.
잘못 봤나 싶어 다시 카메라를 들여다봤지
아니나 다를까
일행들 사이사이로 전혀 본 적없는 사람들이
껴있는 거야..
거기서 더 이상한건 그 모르는 사람들만
카메라가 아닌 다른방향을 보고 있더라고
나도 모르게 그 사람들이 바라보는 방향을
쳐다보게 됐어
그랬더니.. 형이 물에 떠 있더라고
너무 놀라 형한테 바로 달려갔더니
물에 떠있기는 한데
정확히 말하면 90도 인사 하는 것처럼
ㄱ 자로 물에 얼굴을 담그고 있는 거라
숨을 못 쉬고 죽을 것만 같았어.
난 급하게 형을 들어 올리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질 않더라고.
너무 무겁고 정말 힘들었어
내 체감으로는 몇 분 같았는데
사실 몇 초일 지도 모르지만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형을 일으켰는데
갑자기
방해하지 말랬지!!!!!!!!!!!!
하며 괴상한 얼굴로 소리를 지르는 거야.
너무 놀라서 난 뒤로 물러났어
그 순간은 아무 생각도 안 들었고
얼어붙은 그대로
다시 90도로 숙이며 머리를 물속에 넣는
형을 바라만 봤을 거야.
그러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는데
형이 서있었고.. 버스였어
주변을 둘러보니까
이제 막 MT 장소에 도착했고
자느라 못 내린 나를 형이 깨워준 거야
와.. 꿈을 꿔도 뭐 이런 꿈을 다 꾸지?
그래도 안도감이 더 커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러면서도 뭔가 형이 무섭게 느껴지더라고
설마..
그때처럼 또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건가 싶어서..
사실 나랑 재형이 형은 아카데미에서 만나기 전
고등학생 시절 밴드부 선후배 사이였어.
내가 밴드부에 가입하고 첫 축제 공연 준비하려고
연습실 갔는데 마침 형이 연습 중이더라고
방해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나가려는데
형이 부르더니 연습하고 정리만 하라고 하면서
연습실 양보해 줬어. 진짜 너무 고마웠지
그렇게 혼자서 한참 노래 연습을 하고 있는데
뭔가 자꾸 소리가 들리는 거야.
내가 노래를 부르면 뭔가 같이 흥얼거리는 듯한?
기분도 좀 그렇고.. 이제 가야겠다 싶었어
마이크랑 기계들도 전원도 다 끄고 나가려는데
순간 정전이 됐어.
놀라서 지릴 뻔했지만 불 켜지길 기다릴 수도 없고
할 수 없이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서
연습실 문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분명 내가 앰프를 껐잖아..
그런데 뒤에서 소리가 들리고 있었어..
생각 없이 뭔지? 싶어 핸드폰 불빛을 비췄는데
헉
앰프 사이에 사람 얼굴이 있는 거야.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움직일 수 조차 없었어
정말 온몸에 피가 차갑게 식어서 빠져나가는
공포를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데
정말 이러다간 안 되겠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연습실을 빠져나오려고 했어
그런데 그때
방해하지마 !!!!!!!!!
재원 형이 무서운 얼굴로 소리를 질러서
뒤로 나자빠졌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황당한 표정으로
형이 서 있더라고.. 오히려 나한테 왜 그러냐며
나 때문에 놀랐다고..
그냥 기분 탓으로만 돌리기도 참 그런 게..
이 날 이후로도 형을 마주친 날이면
가위에 눌리거나 헛것을 보거나
뭔지 모를 위화감을 느끼며 불안함에 빠졌어
계속 이런 일이 있다 보니 형을 피해 다녔고
형이 졸업을 하면서 다신 만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아카데미에서 다시 만난 거지..
거기다 MT까지 같이 왔으니.. 너무 겁나더라고
그래도 낮에 잘 놀고 하다 보니 그런 의심과 공포?
이런 것도 점차 잦아들었어.
저녁에 고기도 구워 먹고 술도 한잔씩 하며
이런저런 얘기하다 보니 여름밤에는 빠질 수 없는
공포 이야기가 시작되고 나 역시 거기 빠져들어
침을 꼴깍 삼키며 집중하고 있었지
그런데 눈앞에서 뭔가 아른거리는 거야
'이상하네.. 왜 저기 저런 그림자가 있지?'
창문 맞은편에는 건물도 나무도 없어서
창밖으로는 그림자가 생길일이 없는데
그림자가 있더라고.. 그걸 계속 주시했어
그림자는 점점 커지더니
방 안을 검게 덮기 시작했어.
'뭐지? 이거 지금 내 눈에만 보이나?'
싶어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옆자리 있던 동기가 사색이 되어선
벌벌 떨고 있더라고
동기 : "야.. 저게 뭐야....?"
나 : "너도 밖에 저거 보여?"
동기 : "밖에..? 아니.. 내가 말한 건..
재원이 형 말한 건데....?
재원이 형? 뭔 소리야 하고 형을 봤더니
형 주위로 어둠보다 더 시커먼 형태의 사람 셋이
형을 둘러싸고는 내려다보고 있더라고.
그걸 보고 잔뜩 겁먹은 나랑 동기가
숨 죽이고 있던 그때
갑자기 형이 발작을 하면서
괴로움에 쓰러졌고 어둠으로 둘러싸여 있던
방이 환해졌어. 감쪽같이 사라진 그것들과
방금 전까지의 상황에 벙 쪄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형이 걱정되더라고
그래서 형이 누워있는 방 쪽으로 가봤어.
선생님이랑 선배들이 형을 방에 눕혔거든.
엄청 고통스러운 얼굴로 계속 땀을 흘리고
호흡도 힘들어 보이더라고
휴.. 무서운 건 무서운 거고..
형 가까이 가서 선생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형 괜찮아?" 말을 걸었어
그랬더니 갑자기
선생님이 고개를 내쪽으로 휙 돌리더니
"네가 뭔데 방해해 !!!!!!!!!!! "
무슨 경극? 하는 거처럼 하얀데
사천왕 얼굴 표정을 다 섞어 놓은 것처럼?
막 화난 얼굴로 방해하지 말라고...
나중에 선생님한테 말씀드렸는데
선생님은 재원 형 돌보느라 돌아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
하여간 잠시 뒤 형은 열도 내리고 괜찮아졌어.
다들 다행이라며 안도했지만 나랑 동기만은
두려움이 가시질 않았지.
그날 이후 나는 다시 가위에 눌리고
헛것이 보이면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게 됐어
이렇게는 못살겠다 싶어 견디다 못해
지인에게 소개받은 무당집을 찾아갔어
근데..
그냥 돌아가라고만 하고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그래서 다른 점집도 갔는데 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나가라고 호통을 치거나 , 나가 달라고 무릎 꿇고
사정하는 무당도 있었어.
해결할 방법을 찾기는커녕 거부만 당했어..
결국.. 친할머니한테 갔어.
걱정하실까 봐 말씀 안 드리려고 했는데..
이야기를 들은 친할머니는 '안된다'며 우시더라..
뭘 알고 계시는 건가.. 뭐가 안된다는 건지..
난 할머니를 따라 어릴 적부터 뵈었던
큰스님을 찾아가게 됐어
스님은 내 머리에 손을 얹고는
한참을 불경을 외우셨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긴 시간이 지나고
말문을 여셨는데
"그게 네 것이 아닌데, 왜 붙어서는..
이제 가야 할 길로 갔으니 걱정할 일 없을 거다"
그리곤 내게 불경책 한 권, 오색실, 백팔 염주를
건네주시면서 10년 동안 잘 간직하다 태우라고
말씀하시더라고.
그 덕분인지 정말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었어.
그런데 3년 전 스승의 날에
아카데미 선생님이 믿기 힘든 일을
말씀해 주셨어
재원이 형이.. 무당이 됐다고
내가 큰스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형대신 내가 무당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검은그림자의 경고
: 벼락치자
출처 : 심야괴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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