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 최고의 친구는 외삼촌이었다.
삼촌은 늦둥이라 나보다 10살이 많았는데
삼촌이랑 노는 게 너무 즐거워
방학만 되면 할머니 댁에 바로 달려가곤 했다.
낚시도 하고 물놀이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냈다.
그런데 고2 되었을 때.
외삼촌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렸고
장례는 할머니댁에서 3일장으로 치러졌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사흘 내내 통곡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아휴.. 차가 뒤집어져서
그 자리에서 그냥 죽었대..."
"올해 스물일곱이랬지?
한창일 때 갔네.. ㅉㅉ"
다시는 삼촌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았다.
근처 삼촌과 자주 놀던 저수지에 갔다.
오랜만에 찾은 저주지는 기억 속 그대로였다.
물가에 앉아 삼촌과의 시간을 하나 둘
떠올리고 있는데..
흑흑흑..
흐흐흑 흐흐 흐흑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건너편에
까만 상복을 입은 여자가 있었다.
'우리 가족인가?' 싶어서
자세히 봤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한참을 흐느끼던 여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여자를 보고 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1초
2초
3초
눈을 피하지 않고
나를 뚫어지게 보던 여자의 모습에
좀 머쓱하기도 하고..
장례 도중에 나온 것이라 서둘러
돌아가기 위해 일어서는데
"저기요.."
여자가.. 날 불러 세웠다.
"네..? 저요? "
그런데 본인이 불러놓고는
그냥 뚫어져라 쳐다만 보는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양손으로 본인의 목을
막 조르기 시작했다.
너무 놀란 나는 당황해서
왜 그러냐 소리만 지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여자는 계속 본인 목을 조르면서
한발, 두발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대로 두면 죽을 거 같아
여자를 구하기 위해 미친 듯이 뛰어갔다.
저수지 건너편으로 가려면 빙 둘러가야 하는데
뛰다 보니 너무 멀었다.
숨은 턱까지 차오르는데 거리는 멀고..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아 마음만 급했다.
한참을 뛰다 돌아봤더니
여자는 여전히 목을 조르며 물속으로 걸어가고
시선은 달리는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딘가 섬뜩했지만
계속 달려 끝내 겨우겨우 여자를 끌고
물 밖으로 나왔는데 누군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그 여자의 부모님이었다.
딸이 사라져서 찾아다니다가
저수지까지 온 모양이었다.
물에서 나온 여자는 의식이 없었다.
그 여자의 부모님은 고맙다고,
지금은 경황이 없으니 나중에 연락한다며
급히 데리고 자리를 떠났고,
나는 할머니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저수지를 떠나기 전
여자의 부모님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
자꾸 맴돌았다.
"내가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런데..
왜 아까 먼길로 뛰어갔어요?"
저수지가 약간 오뚝이 모양으로 생겼는데
한쪽은 원이 작고, 한쪽은 원이 커서
원이 작은 쪽으로 가면 거리가 짧았을 텐데
이상하게도 당시에 나는
무조건 먼 길로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여자를 구해준 후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나는 매일 밤 잠이 들면
여자를 구했던 저수지에 있었다.
아무도 없는 저수지에는 검은 물안개만 자욱했다.
그런데 저수지에는 분명 나뿐이었는데
자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저기요...
나랑 같이 들어... 가자.....
히히히히 히..히히..히히..
나는 꿈에서 저수지를 벗어나기 위해
미친 듯이 뛰었다.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데
뛰지 않으면 누군가가 나를 잡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저기요... 같이 들어가자... 히히히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계속 저수지..
저수지만 계속 뺑뺑 돌았다.
그렇게 수백수천 바퀴를 돌다가
달리기를 멈추면 누군가 어깨를 잡았고
돌아보는 순간!
온몸에 땀이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깨어났다.
매일 밤이 오는 게 무서웠고
잠을 잘 수 없었다.
계속되는 악몽에 몸무게는 10kg이나 빠졌고
더 이상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 달여 동안을 시달렸고
어느덧 외삼촌의 49재가 되었다.
절에 도착해서 법당으로 들어가려는데
저수지에서 구해줬던
여자 부모님을 만나게 되었다.
두 분은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오시더니
"학생.. 지난번에는 정말 고마웠어..
그런데 혹시 별일 없어?"
내가 악몽 꾸는 걸 어떻게 알지...?
싶었지만..
"아니요.. 특별히는..
저한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하지만 여자의 부모님이 꺼낸 이야기는
정말 상상도 못 할 일들이었다.
내가 저수지에서 구해준 여자의 이름은
'정아'
의식이 없던 여자는 밤늦게 겨우 깨어났는데
대뜸
"그 여자는? 그 여자는 어딨어?"
정아라는 그 여자는 정신이 들자마자
덜덜 떨면서 어떤 여자를 찾았고
부모님은 그냥 착각했는 줄 알았다고 한다.
"여자? 무슨 여자야, 여자 없어
건너편에 남자가 너 구해준 거야"
"남자 말고, 남자 옆에 여자!
남자 옆에 여자도 있었잖아!!!"
그날 저수지엔 두 사람이 아닌
세 사람...
정아 본인과, 건너편 남자였던 나
그리고.. 또 다른 여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정아씨 말고는 누구도 본 적이 없는데..
여기서부터는 정아씨가 겪은,
정아씨의 시점에서의 이야기이다.
내가 삼촌을 떠나보낸 날.
정아씨의 하나뿐인 오빠가 떠난 날이기도 했다.
정아씨는 북적이는 상갓집을 나와
잠시 혼자 있고 싶어 저수지로 나왔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오빠 생각을 하고 있는데
건너편에 상복을 입은 남자(나)가 보였다.
정아씨 역시 아는 사람인가 싶어 남자를 봤는데
저수지 수면이 조금씩.. 조금씩 울렁이면서
물살이 일더니 남자 앞에서 멈췄고
물 밖으로 천천히
무언가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건.. 분명 사람이었다.
긴 머리에 원피스를 입은 여자는
한 뼘 두 뼘
그 남자를 향해 네발로 기어갔고
남자의 턱 밑에서 딱 멈춰 섰다.
그리곤
고개를 들더니 남자의 얼굴 바로 앞에서
남자를 빤히 보기 시작했다.
여자가.. 이렇게까지 가까이 왔는데
남자는 놀라기는커녕
여자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남자는.. 여자가 전혀 보이지 않았던 거다..
여자는 한참 동안 남자를 보다가
갑자기 휙!
뒤를 돌더니 건너편에 앉아있는
정아씨를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흠뻑 젖은 머리는 온몸을 휘감고 있었고
얼굴 쪽은 뭔가에 밟힌 듯
일그러져서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여자와 눈이 마주친 정아씨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어느새 여자는 남자의 뺨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앉아있었고
정아씨와 남자를 번갈아 보며
입이 귀까지 찢어지게 웃기 시작했다.
여자의 웃음이 멈출 때쯤
남자는 저수지를 떠나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보내면 남자에게 정말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생각에
"저기요.." 불러 세웠다.
바로 옆에 피를 흘리는 여자가 있다고
지금 당신을 따라가고 있다고
말해줘야 하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아무리 애를 쓰고 악을 써도
소용이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옆에 여자가 있다고
알려주긴 해야겠는데
저수지를 둘러 건너편까지 가기엔 너무 멀고
이 다급한 마음에 남자에게 조금이라도
다가가려고 몇 걸음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바로 그때
남자가 저수지를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제 여자가 보이는 건가?'
남자는 여자를 피해 반대쪽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자도 남자랑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분명 죽을힘을 다해 뛰고 있는데
여자는 남자가 뛰면 나란히 뛰다가
숨이 찬 남자가 멈추면 같이 멈추면서
소름 돋는 추격적은 저수지를 삥 돌며
이어졌고, 어느새
정아씨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걸 본 정아씨는 물밖으로 나가려는데
발밑에서 무언가가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중심을 잃고 휘청대는 정아씨 귓가에
누군가가 속삭였다.
"방해하지 마.."
정아씨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날의 일이 하나하나 다시 떠올랐다.
정아씨가 나를 뚫어지게 봤던 건..
내 옆에 여자를 보고 놀랐기 때문이고
물속으로 들어갔던 건
죽으려던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나에게
알려주기 위해 가까이 다가오려 했던 거고
내가 정아씨를 구하러 뛰어갈 때
나 혼자가 아니라
그 수상한 여자와 함께 뛰고 있었던 거다.
이제야 매일 밤 나를 쫓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고
이 이야기를 들은 스님은 나에게
108배를 올리라고 말씀하셨다.
그 날이후
거의 매일 108배를 드리면서
하루하루 조금씩 악몽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몇 달이 지난 후엔
더 이상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그 여자는 그날 저수지에서..
매일 밤 꿈에서... 왜 나를 쫓아왔던 걸까..
이후 1년 뒤
외삼촌의 첫제사 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돌아가신 외삼촌이 학창 시절에
괴롭히던 친구가 있었는데
(남녀공학 _ 여자)
이 친구가 문제의 그 저수지에서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삼촌의 교통사고 당시
동승한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도 그 자리에서 죽었는데
바로.. 정아씨의 오빠.
정아씨의 오빠도 학창 시절
학교 친구를 괴롭히던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던 그 여자는..
내가 외삼촌이 가족인지 확인하려던
것일까...
[실화공포] 저수지에서 만난 여자
: 벼락치자
출처 : 심야괴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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