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매년 여름 제자들에게 들려주던
오싹한 경험담을 풀어보려 한다.
어린 시절 여유롭지 않은 집안 사정으로
네 식구가 단칸방에서 함께 생활했다.
그런데 딱 한번,
혼자 자게 된 날이 있었는데
그날..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다.
때는 1996년 여름
전라남도 광주에 위치한
단칸방으로 이사를 가는 날이었다.
당시 우리 집은 단돈 500만 원으로
전셋집을 구하다 보니
아무래도 저렴한 반지하 단칸방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 이사 간 집은 반지하가 아니었다.
햇볕이 잘 드는 단층집 끝방을
개조하여 만든 방이었는데
집에서 처음 느껴보는 포근한
기분에 신나게 이사를 했다.
그런데 그렇게 이사를 하다가
딱 하나 이상한 점을 느꼈는데
다른 방들에 사람이 없다는 것.
심지어
집주인조차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엄마가 중개인에게 물어보니
외출한 거 아니겠냐며
이사 마치고 좀 쉬라고 재촉하여
서둘러 짐들을 옮겼다.
햇볕 드는 집처럼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며
우리 가족은 새로운 집에서
첫날밤을 맞이 하게 되었다.
늘 그랬듯이 방안 쪽부터
아빠, 엄마, 남동생, 그리고 나
순서대로 잠이 들었는데..
식혜를 너무 많이 마셨나...?
화장실 신호로 잠에서 깨어난 나는
대문 옆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까지
후다닥 달려 재빨리 들어갔다.
새벽에 혼자, 게다가 집 밖에 있는
화장실에 가는 건
꽤나 으스스하게 느껴졌기에
화장실 문도 열어둔 채 서둘러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등 뒤에서 뭔가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퉁
퉁
일정한 속도? 간격으로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놀라 재빨리 뒤를 돌아봤더니
아까 들리던 소리는 사라진 채
마당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었다.
순간 무서운 마음이 들었던 나는
재빨리 방으로 뛰어들어가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숨 죽이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안도감이 들면서 잠이 들려던 찰나
'어..? 뭐지...?'
아무리 다들 자고 있다 한들
방 안이 너무 조용한 것이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이상한 마음에 이불을 내렸는데
바로 옆에서 자고 있어야 할 가족들이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
가족들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하던 그 순간
퉁
퉁
화장실에서 들렸던
그 이상한 소리가 또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방 안 구석 작은 창문이 있는데
거기서 들려오는 듯했다.
너무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서 창가를 쳐다봤는데
온몸이 떨리면서 얼어붙어 버렸다.
창문 너머에는
머리를 산발을 한 누군가가
창문에 머리를 부딪히고 있었다
마치 방안을 살피듯
오른쪽 한번 퉁
왼쪽 한번 퉁
고개를 계속 돌려대더니
갑자기
내 쪽을 정면으로 쳐다봤다.
'사라져.. 제발 사라져'
나는 너무 무섭고 두려운 마음에
마음속으로 사라지라고 계속
되뇌기만 했다.
벌벌 떨며 어느 정도 지났을 무렵
퉁 퉁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 끝났나? 사라졌나?'
눈을 살며시 떠서
창문 쪽을 바라봤는데
다행히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무서웠지만 안도감을 느끼며
다시 잠에 들려고 하는데
흐흐흐흐흐
소리가 들려 눈을 떠보니
분명히 밖에 있었던 산발머리가
방안 옷장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더니 나에게 점점 다가왔다.
산발한 머리 밑으로
손도 발도 몸통도 안 보이고
머리만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머리가 점점 다가왔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던
산발머리의 모습이 그제야
잘 보이기 시작했는데
창백한 피부에
머리에서는 무엇인가 뚝뚝 떨어지고
귀까지 찢어진 입으로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웃고 있었다.
매우 신난다는 표정으로
머리카락으로 내 주변을 휙휙
돌리는데 뭔가 사방으로 튀었다
처음에는 물에 젖은 건 줄 알았지만
물이 아닌 피였다.
겁에 질려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있던 나에게
어느새 한 뼘 남짓 거리까지 다가온
머리만 있는 여자는
내 눈을 정확히 내려다 보고는
"너 나 보이는 구나?"
그때 번뜩 떠오른 기억!
귀신을 만나면 절대!!!
아는 척하지 말아라
나는 온몸을 다해 눈을 감았다.
그 여자는 내 귓가에 대고
계속 말을 했다.
"너 나 보이지? 보이잖아"
숨이 막히고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입도 뻥긋하지 않고
최대한 잠든 척을 해야만 했다.
어느 정도 지났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윽고 소리는 점차
작아지더니 사라졌고
현관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가족들이 돌아왔구나!
안도감과 반가운 마음에
현관문을 열었는데
문 위에서 머리가 뚝 떨어지며
"거봐 너 나 보이잖아 히히히히"
그 순간 나는 기절했다.
진작 기절을 했어야 하는데.....
다급히 누군가 흔드는 느낌에
눈을 떴더니 이번엔 진짜로 엄마였다.
남동생이 밤에 갑자기
아픈 바람에 응급실에
다녀왔다고 했다.
낮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동생이
새벽에 갑자기 고열과 경련을
일으켜 급하게 엄마, 아빠가
병원을 갔던 것이었다.
"휴.. 엄마, 나 꿈꿨었나 봐...
그런데... 아빠랑 동생은 어디 있어?"
....
"그러게? 아빠랑 동생이 안 보이네?
이히히히히히히히히"
엄마 옷에 엄마 몸이었는데
목 위로는 아까 그 여자 얼굴이
붙어 있는 것이었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뿌리치고 집 밖으로 달려 나가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한참을 뛰다가 지쳐
어느 가로등 아래 쓰러져 있는데
엄마가 쫓아왔다.
무섭고 혼란스러웠다.
진짜 엄마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괜찮냐며 만져주고 쓰다듬어주고
안아주는 엄마의 손길이 따뜻했다.
그리고 엄머 어깨너머로
동생을 업고 있는 아빠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 품에 안겨 엉엉 울다가
가족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나는
두려움에 방을 살펴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다행스러운 마음에 한숨 돌리고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 나만 두고 어딜 다녀왔어?"
"새벽에 동생이 갑자기 아파서
응급실에 다녀왔어"
엄마가 해준 이야기는
아까 그 머리 귀신이 한 말과
너무 똑같았다.
이때부터는 뭐가 꿈이고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웠고
다시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겁에 질려하고 있으니
엄마가 차분한 목소리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물어봤고
나는 홀로 겪은 이야기를 다 말했다.
다음날 엄마는
이 단칸방을 소개해 준 중개인에게
집에 무슨 일이 있었던 일인 건지 물었고,
머뭇거리던 중개인이 털어놓은
이야기로는
원래는 신혼부부가 살던 집인데
둘이 여행 간다고 집을 나서더니
바로 교통사고가 크게 났다고 한다.
워낙 큰 사고로
그 자리에서 둘 다 죽었는데
이상한 건 마누라 몸통만 찾고
머리를 못 찾았다고 했다.
그 이후로는 다시 그 머리를
마주친 일은 없었지만
그 후 몇 년 후
아빠는 위암으로 돌아가시고
엄마는 내가 수능을 치르기 보름 전
돌아가셨다.
그나마 성적은 잘 유지하여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게 되었고
홀로 상경하여 반지하 고시원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어느 날 강의를 마치고
피곤한 상태로 고시원에서 잠시
낮잠을 청했는데
쿵
쿵
머리맡 창문 쪽에서
오래전에 들었던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천천히 시선을 돌렸는데
잊고 지내던 그 머리 귀신이
천천히 내 얼굴 가까이 오더니
마주 보고 씨익 웃는 것이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은 안되고
어수선하고 무서운 마음으로
생활했다.
그러다 월세를 내러
주인집 할머니께 갔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학생, 혹시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어?
에휴.. 근데 왜 저 걸 매달고 다녀..
잠깐 있어봐, 뭐 하나 줄게"
할머니가 무당은 아니시지만
집안에 신당을 차려놓고 사셨는데
품에 지니고 다니라며 부적을 주셨다.
뜬금없고 이상해서 이런 걸 왜 주는지
여쭤보니 혀를 쯧쯧 차시며
내 어깨에 여자가 있다고 말하셨다.
"그것도 머리만 있어서... 어휴"
다행히 그 이후로는
현재까지 그 머리 귀신을 본 일은 없다.
창문 너머로 들리는 의문의 소리
(끝없는 공포 ㄷ ㄷ ㄷ )
: 벼락치자
출처 : 심야괴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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